군내 통신망인 인트라넷에 있는 군의관 게시판에서 오늘 하루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의학용어 발음'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군대에 들어와서 3사관학교에서 다른 곳에서 수련을 받다가 온 많은 선생님들과 같이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학교마다 의학용어를 읽는 방식이 참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글을 군의관 게시판에 남겼는데 많은 선생님들께서 호응해 주셔서 영어 발음에 대한 재밌는 일화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

학교의 차이 뿐만이 아니라 같은 학교/병원 출신이라도 어떤 과에서, 어떤 선생님께 배웠냐에 따라 의학용어 발음이 참으로 많이 다른데, 병원 생활을 하며 같은 학교의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느끼지 못했던 생경함을 군대에 와서 새삼 느끼게 되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인 <House M.D.>를 보면서는 드라마의 내용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의학용어를 읽는 것을 유심히 듣곤 한다. 특히 <House M.D.>는 기본적으로 differential diagnosis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드라마이니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 발음을 상당히 많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ouse M.D.>를 보면서 지금까지 가장 인상깊었던 의학용어 발음을 뽑자면 우리가 흔히 '엠알에스에이'라고 부르는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를 '멀사'라고 부르고 VRSA(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를 '벌사'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궁금한 용어의 발음이 나올때까지 드라마를 마냥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반 사전에선 의학용어 발음이 잘 나오지 않아서 결국 구글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
퇴근 후, 집에 들어와서 혹시 영어 의학용어 발음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가 없을까 검색을 해 보았는데.. 좋은 사이트가 있어 하나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 페이지에서 아래 알파벳을 클릭한 뒤 Ctrl + F를 눌러 내가 알아보고자 하는 단어를 찾으면 au파일로 발음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없는 단어들 - 특히 사람이름이 들어간 수많은 syndrome들 - 도 많지만 이정도면 의학사전이 없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유용한 reference가 될 듯 하다. 의학용어 발음에 관심있는 분이면 flashget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au파일을 한번에 모두 다운받은 뒤 한 폴더에 모아놓고 필요할 때 마다 찾아봐도 될 듯 싶다.

군의관 게시판에 의학용어 관련하여 글을 남겼더니 리플을 달아주신 한 선생님께서 '해외학회 나가보면 걔네들도 다 다르게 발음해요'라고 하시던데, 이들도 의학용어 발음이 헷갈리긴 하나보다. 이렇게 따로 페이지를 마련할 정도면.. 적어도 우리나라 단어는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고민하지는 않지 않은가? (새삼 세종대왕님께 감사를..)


덧글.
#1.
오늘 군의관 게시판에서 보았던 재밌는 발음법.
다들 주변 '친구들'이 이렇게 발음하여 웃음을 주었다고는 하나, 본인이 이렇게 발음해놓고 괜한 친구를 팔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영동세브란스에서 내과를 하고 있는 내 친구 하나도 학생때 ulcer를 '울서'라고 읽어서 빅웃음을 선사해 주었던 기억이.. :)

benign - 베니그
diaphragm - 디아프라금
pseudo - 프세우도
cardiac murmur - 카디악 무르무르

#2.
그리고, 그동안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여 왔지만 틀린 발음인 것 몇가지 예를 들면,

syncope - 신콥(X), 신코피(O)
systole - 시스톨(X), 시스톨리(O)
anencephaly- 아넨세팔리(X), 애닌케팔리(O)
normal saline - 노멀샐라인(X), 노멀세일린(O)

syncope관련하여는 나도 한가지 일화가 있는데, 나는 언젠가 미국드라마를 보고 당연히 syncope를 '신코피'라고 읽어왔는데 담임반 모임에 나가서 '신코피가 생긴 환자가 블라블라...'하고 있으니 담임반 교수님 한분이 버럭 화를 내며 '너 의대공부 6년에 의사생활까지 몇년 한 녀석이 그 쉬운 영어도 하나 제대로 못읽어? 그게 신콥이지 왜 신코피야?' 하면서 후배들 앞에서 무안을 주셨던 기억이 있다. --;

#3.
오늘 군의관 게시판에서 한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해외학회 일화.
외국인 : "I have angina pectoris."
선생님 : "What? vagina pectoris?"
외국인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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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계절이 바뀌면서 어머니께서 심한 감기에 걸리셨었다.
30년이 가까와오도록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지만, 그토록 심한 감기에 걸리신 적은 처음 볼 정도였는데..
감기는 1주일이 넘는 기간동안 어머니를 괴롭힌 뒤 결국엔 나아졌지만, 문제는 감기에 걸린 뒤로 어머니께서 냄새를 맡지 못하시는 것이다.
처음엔 '코가 막혀서 그런가?'라고 생각을 했는데, 분명 숨은 잘 쉬어지는데 냄새가 맡아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여 ENT 전공의인 진세에게 문의, post-viral olfactory dysfuntion(PVOD)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질병이라 '그런 병도 있었어?'라고 물으니 외래에 꽤 많이 온다고.. 후각이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일단 병원 진료를 받으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군대와서 진세에게 이런저런걸 많이 물어보게 되는 것 같다. 편도결석, 소음성 난청, BPPV, vestibular neuronitis등..역시 ENT 환자 많다!)

결국 어머니께선 Local ENT에 가서 상기 질환 의증으로 oral steroid를 처방받고 몇 주간 약을 드셨고, 현재는 steroid nasal spray를 처방받아 사용중에 계시다. 후각은 조금 돌아와서 강한 냄새는 맡을 수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냄새는 맡지 못하고 계시는 중인데..다행인것은 후각때문에 처음엔 음식맛도 못 느끼시더니 그래도 지금은 후각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미각도 어느정도는 돌아오셨다는 것이다.

아무튼 어머니께서 냄새를 잘 맡지 못하시는 것이 신경이 쓰여,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 보았는데...
eMedicine에도 PVOD에 대한 별도의 기술은 없고 olfactory dysfunction에 대한 한가지 원인으로 URI를 꼽고 있으며, 열심히 구글링을 해 보아도, 의학 사이트에도 별로 쓸만한 정보가 없다.
그래도 찾은 것들에 대해 대강 정리를 해 보자면 원인은 viral infection으로 olfactory neuron의 peripheral 혹은 central degeneration이 일어나는 것 같다 - 결국 모른단 소리다 - 는 기술이 되어 있고, 나이든 사람, 여성에게서 많이 생기며, 심한 감기에 걸렸을 경우 호발한다고 한다. recovery rate는 1/3~1/2정도 보는 것 같고...recovery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료마다 설왕설래 말이 많은데, 짧으면 6개월, 길면 2~3년 정도 보는 것 같다.
치료법 역시 말이 많은데(;;) zinc sulfate가 도움이 된단 소리도 있고..Vit.A는 예전에 썼었으나 효과가 없다고 하고.. 진세 말로는 그냥 Sx. 발생 후 빠른시간내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제일 효과가 있다고 한다. 듣고보니 어째 sudden sensoryneural hearing loss(SSNHL)때의 치료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아마도 둘 다 neuronal degeneration이 원인이라 그런 듯.

아무튼.. 가정의 음식을 책임지는 어머니께서 후각과 미각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집에서 먹는 음식맛이 아주 약간 변했는데(그래도 몇십년의 가사 경력이 무서운 것이..맛이 거의 차이가 없긴 하다).. 그것보다도 olfactory dysfunction이 있는 환자들에게 depression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니, 우울증이 오기전에 어머니께서 빨리 쾌유하셔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셨음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 때문에 글을 그대로 긁어오긴 좀 뭐하고... 아래 링크로.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702200027


NDSL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한가지 더 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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